구글 엔써의 중지에서 오는 교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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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 구글 엔써(Google Answers)라는 서비스의 중지를 알려왔다. 이에 대해서 많은 추측들이 나오고 있고, 너무 많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구글의 서비스들이 정리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 하는 예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글 엔써라는 서비스는 미국의 지식인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한국과는 다르게 구글 엔써는 돈을 받고 답변을 써주는 전문가와 구글이 계약을 통해서 질문을 한 사용자에게 고품질의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질문을 한 사용자는 무료로 질문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최고 200불의 금액을 지불해서 답변자를 유도해야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답변자는 여러명일 수도 있지만, 질문자가 선택한 답변자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주게 된다.

야후는 국내 지식 서비스와 매우 비슷한 서비스를 미국 웹사이트에서 야후 앤써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구글 엔써보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4배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많은 지식이 데이터베이스화 되고 있다. 구글의 서비스 중지가 야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구글의 많은 서비스가 업계 중하위라는 점에서 이런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

구글의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중 하나는 콘텐츠를 스스로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키홀(Keyhole)이라는 위성사진업체 인수로 인해서 틀린 말이 되지만, 구글 맵 서비스를 제외한다면 구글은 콘텐츠 자체를 소유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구글은 다른 사람 혹은 기업의 콘텐츠를 핸들링하는, 말하자면 시스템을 만들어서 사용하게 만들고 수익을 얻는 전형적인 디지털 서비스 업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구글 앤써의 서비스 중지는 사용자에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문제삼게 만들 소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서비스에 들어가는 콘텐츠는 사용자의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를 중지하게 되면 사용자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문제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하다.

한국에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최근들어 발생하고 있다.

네티앙은 자사의 홈페이지 서비스를 중지해 버렸다. 네이버의 운영사인 NHN은 최근 이메일 공지를 통해 자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플랜훗(Planhood)의 중지를 알려왔다. 야후코리아는 메일동이라는 메일링서비스를 한국어로 더이상 서비스하지 않고 야후 클럽으로 대체한다고 알려왔고, 최근 피플링 서비스 폐쇄를 공식 발표했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싱글사인온 서비스인 다음 사인을 폐쇄했고, 외부 서비스인 가계부, 댄스 서비스를 각각 폐쇄했다.

웹 서비스가 비교적 작지 않은 업체에 집중되는 이유는 서비스가 중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용자의 믿음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많은 벤처기업이나 팀들이 여러가지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그런 업체에 맞기려 하길 꺼리고 있다. 서비스 자체가 없어져 버릴 경우 – 심지어 백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 자칫 자신의 콘텐츠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마리사 메이어 구글 부사장은 비지니스지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서비스의 60-80%는 사라질 것이고, 살아남는 서비스는 오래가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콘텐츠도 사라진다는데 있고, 정작 자신의 콘텐츠가 구글의 서비스 중지로 인해 없어져 버린다면 사용자의 입소문으로 얻은 구글의 명성에 같은 방법으로 신뢰도를 추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서비스 중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진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소 업체의 서비스 중지는 곧 회사의 폐업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회사들도 머지않은 미래에 운영중인 서비스 몇개를 없애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서비스를 기획할 때부터 서비스 폐기를 염두에 두어야 하며, 사용자에게 어떻게 납득을 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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