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로 부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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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근래 몇년간 사상 유래가 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전혀 새로운 경영으로 많은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기도 한, 말하자면 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구글이 올리는 매출 중 대부분이 광고에서 나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실제로 구글의 3분기 경영실적을 참고로 하면 매출의 99%는 애드워즈와 애드센스라는 광고 프로그램에서 발생했다. 반면, 현재의 구글은 900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고, 수익이 전혀 없는 수많은 서비스를 신규로 론칭하고 있다. 하지만, 검색을 제외한 많은 서비스들은 다른 회사의 서비스에 비한다면 보잘 것 없는 점유율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구글이 최고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기획과 개발을 담당하는 구글러들은 서버와 트래픽 비용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정도의 환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많은 서비스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글은 9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작고 강한 벤처기업을 지속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이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기획자라는 직함을 갖는 직원이 존재하고, 그들은 서비스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직무를 맡게 된다. 비교적 큰 기업의 기획자가 자신의 의도와는 별개로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데 반해, 벤처기업에 있어서 기획자는 그런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를 느끼고 자신이 그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이 부분은 웹서비스 성공의 관건이 된다.

어떤 것이던간에 웹서비스의 시작은 기업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명제를 증명하는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전문가들은 시스템화 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구글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검색은 창업자의 논문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야후도 마찬가지로 어지러운 웹사이트를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던 창업자가 만든 디렉토리 서비스가 토대가 되었다.

한국의 상황을 보자. 블로그 메타 사이트 중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올블로그는 창업자들 전체가 블로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직원을 채용할 때에도 블로거에게 가산점을 준다. 압축 프로그램의 대명사인 알집 또한 처음 만들어 졌을 당시, 모든 압축 파일을 풀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어 졌다. 지금은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한글과 컴퓨터도 아래아한글을 같은 이유로 만들었고,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안철수 연구소도 의사였던 창업자가 소프트웨어 바이러스를 퇴치해야 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졌다. 그 밖에도 유명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 웃긴대학, 루리웹 등도 창업자가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개발자도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선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글조차도 직원을 뽑을 때 개발하려는 서비스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좋아하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네이버, 다음, 야후 등도 직원을 뽑을 때에는 그 사람의 개발 능력이나 기획 능력만을 검증한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서비스 대부분은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할지라도 작은 벤처기업을 이기지 못했다. 직원 9000명 이상의 구글이 67명의 비디오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이기지 못해서 인수해버린 선례를 되돌아 보자.

인터넷을 이용해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그 서비스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 어떤 아이템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서 시작했다고 해도 직원을 뽑을 때에는 개발이나 기획 능력 이상으로 그 사람이 개발할 서비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관심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정말로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이 소속된 서비스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련 서비스 커뮤니티에 소속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어떤 서비스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다른 어떤 회사보다 그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더 좋은 시스템, 안정적인 기반 조차도 소비자들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제작자의 더 많은 관심은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강력한 추종자를 만들게 되며, 성공의 기반이 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라는 교훈이 인터넷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은 시대가 지나더라도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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