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개방형, 애플은 폐쇄형?
마케팅 느낌이 있긴 하지만, 애플 이외의 스마트폰 제작사들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개방형이며, 애플의 아이폰은 폐쇄형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가 이길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 논리는 다름 이유가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도 있다.
구글은 정말 많은 제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광고를 제외하고도 메일, 버즈, 웨이브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도구 부터 어스, 맵스, 피카사, 스케치업, 앱스 그리고 브라우져인 크롬와 크롬 OS, 안드로이드까지 다양할 뿐더러 제품의 일관성도 없다. 구글이 이런 제품을 서비스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구글은 모든 서비스를 스스로 운영한다
구글은 검색으로 시작했지만, 매출 대부분이 검색과 문맥 광고에서 나온다. 구글 광고의 특징은 광고가 보여지는 웹 페이지(혹은 앱)와 관련성이 있고, 사용자의 액션에 따라 광고주가 내야 하는 광고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구글이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터에 직접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그 데이터가 자사의 서비스이건 타사의 서비스이건 관계 없이 말이다.
콘텐트 위주의 웹사이트에서는 구글 검색이 내용 자체를 분석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검색할 수 없는 앱과 같은 경우 구글 광고는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즉, 웹에서 나온 구글 광고 기술은 콘텐트에 직접 접근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만에 하나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법한) 광고주 입찰 시스템 정도일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왜 문제가 되나?
우리가 흔히 컴퓨터라고 말하는 물건의 정확한 명칭은 PC(개인용 컴퓨터)다. 하지만, 컴퓨터는 전혀 개인적이지 않다. 몇 명이 같이 쓰는 경우가 흔하며, 다중 계정이 지원되지 않는 OS가 깔린 컴퓨터 또한 없다. 반면, 스마트폰은 역사상 가장 개인적이고도 대중적인 디바이스다. 이런 이유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은 OS의 상층, 그러니까 커널 바로 위에 개인 정보를 다룰 수 있는 API를 올려놓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앱들은 사용자가 저장해 놓은 노래의 리스트를 불러와 플래이할 수 있고, 주소록을 뒤져 메신져에 친구를 자동으로 등록할 수도 있으며, 여름 방학 때 찍은 사진도 불러와 메일로 전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컴퓨터에서 라면 개인 정보 문제가 당연히 생기겠지만, 스마트폰에선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두 명이 휴대폰을 돌려서 쓰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 때문에 스마트폰은 더욱 개인 정보에 가깝게 다가가고, 여러가지 서비스를 출시할 때 미리 설치한다. 아이폰에서 유튜브와 맵스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메일은 MS의 익스체인지를 지원한다. 아이폰은 현존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아이폰 OS에 내장하며, 개발자는 항상 최고의 서비스를 자신의 앱에 아주 쉽게 넣을 수 있다.
애플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디바이스를 팔아서 수익을 얻고, 아이폰에서 이루어 지는 유료 앱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배경은 구글의 성공에 우연이라는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 엔진으로 출발했지만, 키워드 광고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구글 이전의 검색엔진들, 알타비스타나 라이코스, 심지어 야후 마져도 키워드 광고가 디스플래이(배너) 광고보다 효과가 월등히 좋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버추어라는 회사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을 만든 것 보다 더 운이 좋은 사건은 오버추어의 출현이다. 이런 사건들은 정말이지 우연이었다. 어떤 광고가 효과가 좋을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중요한 하나의 사실은 미래 어떤 그 무엇(앱이 되었건 TV가 되었건)이 광고 효과가 좋다라는 사실이 판명났을 때 구글이 그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콘텐트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구글은 콘텐트를 유통시키는 콘테이너는 절대 놓칠 수 없고, 다른 서비스를 직접 자사의 서비스와 연동시킬 수 없다. 이런 콘셉트로 인수한 회사가 블로거, 피드버너, 오르컷 그리고 아르킨 등이다.
다시 원점으로…
자 이제 다시 생각해 보자. 구글은 개방형인가? 정말 애플은 폐쇄형인가?
만약 안드로이드에 트위터를 넣는다면 안드로이드에선 구글 버즈를 끼워 넣기 위해서 사용자에겐 불편하지만, 더 많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할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지메일은 구글 계정만 넣는다면 바로 연동이 되며, 다른 이메일을 사용하려면 그보다 복잡한 설정을 거쳐야 한다.(맥을 사용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애플에서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는 이메일은 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만 넣으면 동일하게 세팅이 완료된다.)
만약에 트위터에 비해 구글 버즈가 영향력이 커졌다고 가정해 보자. 트위터가 없어도 안드로이드 시장엔 전혀 문제가 없다. 구글은 당연히 지메일과 마찬가지로 구글 계정을 넣으면 버즈를 띄울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의 행태를 분석해서 그 서비스가 과연 키워드 광고에 비해 효과가 어떤지 분석할 것이다. 분석이 끝나면 구글 분석기(Google Analytics)에 서비스를 위한 측정 도구를 추가할 것이고, 광고주를 위해 새로운 탭이나 옵션을 구글 광고 플랫폼인 애드워즈에 추가하고 트위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AdSense for SNS를 내 놓을 것이다.
이야기의 결론은 간단하다. 애플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고라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자사의 제품에 넣는다. 그 서비스가 자사이건 타사이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구글은 그렇지 않다. 복잡하진 않지만 단순하지도 않은 미묘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자체가 필요한 하드웨어 회사와는 협업이 잘 되는데 반해, 신문사나 영화사 혹은 출판사와 방송국과의 협업은 매우 힘들 수 밖에 없다.
이 것이 애플은 폐쇄형인가 아닌가 보다 구글이 개방형인가 아닌가라는 문장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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