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이해되지 않는 인재와 프로젝트 관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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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글에서는 구글 내부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그리고, 구글코리아에서 이런 식의 환경이 과연 성공적으로 장착될 수 있을까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런 이상한 시스템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1. 확고한 수익이 존재
  2. 구글러들 서로가 믿을 수 있는 신뢰감 형성

이 두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상실된다면, 단언컨데 구글러들의 업무 효율은 극도로 떨어지게 된다. 이 것은 구글이 검색과 광고, 그리고 대용량 스토리지에 관련된 그 어떤 작은 사실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과, 직원을 뽑는데에 타협을 하지 않는 모습을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의 구글 입사 성공률은 0.5%, 즉 1000명 중 다섯명만이 입사한다고 하며, 국내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구글러라면 미국에서건 한국에서건 입사하는 방식은 동일하며, 전세계를 같은 기준으로 선별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구글러라고 능력이 높다고 혹은 낮다고 할 수는 없다.(이 방식을 피해가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구글에 인수당하는 것이다. 구글은 회사를 인수할 때 조차도 - 광고를 제외한다면 - 그 회사의 인재를 우선으로 본다.)

구글러들 사이에선 서로가 서로의 능력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간의 존중이 생기고, 누가 누구의 위에 군림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로 무엇을 지시하는 일은 없다. 그런 환경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개인들이 일정 수준 위에 있기 때문이다. 즉, 시키지 않아도 맡은 바 업무를 알아서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 이상은 된다는 의미다.

이런 전체 구글러의 능력치는 다른 회사가 구글을 벤치마킹하기에 대단히 어렵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때는 자리에 맞는 능력치를 보유한 사람을 뽑는다. 이 방법은 개인의 투입자원 대비 산출량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이지만, 그 대신 커뮤니케이션에 드는 비용을 극적으로 확대시켜버려서,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낭비되는 자원이 많아진다.

확실한 것은 구글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하는 자체가 상당히 비생산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구글 내부에서는 서버 1000대 정도를 핸드링할 수 있는 환경이 개개인에게 제공되며, 구글 인프라라는 개발 환경을 이용해서 전세계에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의 자원을 테스트 환경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서 그대로 통할 수 있을까?

이준영님은 팔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구글 시스템이 그대로 통한다는 사실에 본인도 놀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창립 멤버들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귀뜸도 해주었다.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구글 시스템이 한국에서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구글코리아 R&D센터장인 조원규 대표는 대표직에 오른지 한달이 됐을 때 구글 시스템이 한국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지만, 현재에 와서는 구글 DNA가 한국에서도 통용되고, 웹서비스 업체의 생태계에도 일정부분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야심찬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팔글에서는 구글의 이러한 성공적인 배경에 위의 두가지 요소 말고도 구글러들의 공격적인 충원도 한 몫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 일정 규모로 커지면 구글이라 할지라도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기업에 대한, 그리고 구글러 사이의 신뢰감이 깨질 수 있는 정리해고가 필요한 시점이 될 때까지, 구글 시스템은 원활히 작동될 것 같다.

마술과도 같은 구글이라는 기업의 R&D 부분은 사실 기업이라기 보다는 연구실이나 대학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R&D를 이런 규모로 다룰 수 있는 기업은 IBM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면 불가능하고, 따라서 구글을 추격할 수 있는 기업은 MS 혹은 야후 정도 밖에는 없는 것이다.

80년대부터 컴퓨터 업계에서는 MS와는 경쟁하지 말라라는 격언이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당분간은 구글과 경쟁하지 말라라는 격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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